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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반짝임 (1)

까치발을 든 어린 아이가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낡은 집, 아이는 난간에 손을 딛고 그 안의 세계로 입성한다. 아이의 팔은 창문에 내린 먼지를 휩쓸고, 창문의 넝쿨은 아이를 방해하려는 듯 팔을 할퀸다. 태양은 이 낡은 집을 향해 저물어가고, 햇빛을 맞는 아이는 눈이 부신 듯 헤진 소파에 엎드린다. “누가 날 불렀어?” 소파에 얼굴을 묻은 채 아이는 물음을 던진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다. 아이는 소파에 묻었던 고개를 치켜 들더니 정적이 흐르는 공간을 훑어본다. 이내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서 천장을 향해 눕더니 손을 뻗어본다. 그러다 서서히 잠에 든다. 그 순간 낡은 집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굳게 닫혀 있던 또 다른 창문들이 활짝 열린다.


앞치마를 맨 학생들이 식기를 들고 수돗가로 나온다. 개구쟁이 같은 학생들은 옆 친구에게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하지 말라니까!” “아 귀에 물 들어갔잖아” 여기저기 날리는 물벼락이 회색의 바닥을 진한 색깔로 물들이고, 학생들의 아우성은 종소리처럼 학교 전체로 울려퍼진다. 학생들은 물을 털어내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그들의 바쁜 시선에는 자연스레 학교 주변의 풍경들이 잡힌다. 학교 주변의 작은 산이 화창한 햇빛을 받고 있고 그 산에 위치한 낡은 집이 바 람에 창문을 펄럭이고 있음을 한 학생은 알아챈다. “저 집도 우리 모습이 웃긴가 봐. 창문을 막 흔 들어” “그러게. 근데 좀 무섭다.” 다른 친구는 대답한다. 이내 한 친구는 다른 아이의 눈치를 살피더니 손에 숨겨두었던 물을 뿌리고는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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