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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반짝임 (3)

늦은 오후, 산 입구에서 다시 모인 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긴장되었던 얼굴 표정이 풀 린다. 이내 낡은 집이 있는 쪽으로 산을 오르다가 집이 시야에 걸리는 위치에 자리를 확보한다. 숨죽이며 그 사람을 기다리던 중 바닥에 깔려 있던 나뭇잎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인가?” 긴장한 얼굴을 한 채 속삭이며 한 아이가 묻는다.


알 수 없는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학생들에게 점점 가까워진다. 몇 걸음 가다가 멈추고 다시금 터벅터벅 걷는 이 사람의 발걸음 소리에서 학생들은 그 여자가 왔 음을 확신하며 서로를 응시한다.


그녀는 동시에 낡은 집 앞에 몸을 멈추고 열쇠를 찾는 듯이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아이 같은 얼굴에 빛 바랜 정장과 산발인 머리. 무언가 맞지 않는 듯한 이 조합들이 클로즈업된 밤의 시작을 알리는 하늘과 학생들의 긴장된 얼굴이 차례로 비춰진다. 여자는 집 안으로 들어 가고 곧 낡은 집에 불이 켜진다. 학생들은 집 쪽으로 더 가까이 접근한다.


문이 닫힌 낡은 집 앞에서 학생들은 서성인다.


“후.. 이제 돌아가자. 그냥 사람일 뿐이야.” 한 아이가 말한다. “맞아… 다른 사람을 미행하다니 우리 너무 무모한 행동을 했어.”


학생들이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려던 순간, 낡은 집의 문이 열린다. 학생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모두 걸음을 멈추고 낡은 집 안을 바라본다. 하얀 색의 전구들, 알록달록한 종이 인형, 맑은 물을 가득 담은 풀장 사이로, 한 사람이 현관을 향해 나오는 소리가 쿵쿵 대며 들린다.


얼굴은 비추어지지 않는다. 현관을 향해 나오는 작은 발의 걸음걸이에 집중한다.


그후 얼굴을 향해 서서히 시선을 옮기자 아이들의 시선에 담긴 얼굴은 다름 아닌 어린 아이. 어디서 많이 보던 빛 바랜 정장을 입고 단발의 깔끔한 머리를 하고 있는 이 아이는, 그 집으로 들어갔던 여자와 매우 닮은 얼굴까지 하고서 학생들을 응시한다. 몇초 정적이 흐른다.


학생들은 당황하고, 학생들은 아이의 낯익은 정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사라진 여자의 행방을 묻 는다. 이내 아이는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아이가 입은 정장의 먼지는 물 위로 떠오른다. 하얀 전구의 빛은 그 먼지에 닿아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고 아이는 헤엄을 멈춘 채 고개를 든다. 이내 아이는 바깥의 학생들을 향해 앳된 목소리로 속삭인다.


“걔? 걔가 나야. 걔가 날 불러냈어.”


아이는 풀장을 나와 바깥의 학생들에게로 향한다. 학생들은 경직된 모습으로 이를 바라본다. 아이가 바깥의 땅을 밟자 마자 학생들은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 마냥 토끼 눈을 뜨며 소리친다. 어느샌가 아이의 얼굴은 산발을 하고 있는 그 여자로 변해 있다.


그 여자는 아이들에게 상냥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다시 현관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온전한 내가 사는 곳. 나를 본 건 비밀로 해줘”


산발이었던 머리카락이 제 스스로 잘려나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집은 너무나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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